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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은 왜 쌓이기만 할까, 메모먼트가 제안하는 ‘다루는 기록’의 방식 (대표 이현화 인터뷰)

출처: 2025년 12월 22일 보도 / 데일리한국
 2026년 1월 지면 보도 예정

"쌓인 기록이 흘러가지 않고, 읽히고 확장도록 설계된 플랫폼 이야기"

[창원(경남)=데일리한국 손충남 기자]  사람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 기록한다. 메신저에 남긴 문장, SNS에 올린 감상, 책을 읽다 적어둔 메모, 사진과 영상까지 기록은 이미 일상이 됐다. 그러나 그렇게 쌓인 기록이 다시 꺼내 읽히고, 다음 생각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의 기록은 플랫폼 안에 남겨진 채 흘러간다.
기록 플랫폼 ‘메모먼트’는 이 지점에서 출발했다. 기록을 더 많이 하게 만드는 서비스가 아니라, 이미 남긴 기록이 사라지지 않고 다시 활용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메모먼트 이현화 대표는 기록 서비스의 문제를 이렇게 짚는다.
“사람들이 기록을 안 해서 문제가 아니라, 기록을 계속 가져갈 수 없는 구조가 문제라고 느꼈어요.”
▲ 기록은 충분하다, 문제는 구조다
이 대표 역시 오랜 기록 사용자였다. 블로그와 SNS를 오가며 꾸준히 글을 남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록은 축적되지 않았다. 플랫폼마다 흩어졌고, 이전 생각을 다시 이어 쓰는 일은 점점 어려워졌다.
“열심히 썼던 글인데, 막상 다시 보려고 하면 어디 있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기록이 쌓이기보다는 흩어진다는 느낌이 컸어요.”
기록은 분명 늘어나는데, 이전 생각을 불러와 확장하는 일은 쉽지 않다. 플랫폼을 옮길수록 기록은 더 잘게 흩어진다. 이 대표는 이 문제를 개인의 성실함이나 습관이 아닌 구조의 문제로 본다.
“이미 기록한 것들이 너무 쉽게 사라지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었어요.”
메모먼트는 이 인식을 서비스 구조로 풀었다. 책, 영화, 웹툰, 웹소설 등 콘텐츠 단위로 기록을 남기고, 한 콘텐츠에 여러 개의 메모를 축적하도록 설계했다. 한 번의 리뷰로 끝나는 구조가 아니라, 읽는 과정에서 떠오른 문장과 감정, 개인 경험이 분절된 메모로 쌓이고 다시 연결되는 방식이다.
이 같은 구조는 블로그나 SNS에서 기록을 시도했다가 중단한 경험에서 비롯됐다. 공개성과 지속성, 정리의 번거로움 사이에서 많은 기록이 사라지는 현실을 반복해서 목격했기 때문이다.
▲ 이야기에 끌린 기획자, 기록으로 창업을 결심하다
이 대표는 원래 패션 상품 기획자였다. 트렌드를 분석하고 상품을 기획하는 일을 수년간 반복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유행보다 오래 남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 커졌다.
“상품도 브랜드도 결국은 이야기더라고요. 사람들이 계속 관심을 갖는 건 서사가 있는 것들이었어요.”
2010년대 중반, 브런치와 컨셉진 등 일반인의 이야기가 활발히 공유되던 시기를 지켜보며 콘텐츠에 대한 관심은 더욱 깊어졌다. 이후 휴식 차 내려간 지역에서 우연히 새로운 일을 시작했고, 그 경험은 창업이라는 선택으로 이어졌다.
▲ ‘잘 쓰기’보다 ‘남길 수 있음’을 먼저 설계하다
이후 일반인 글쓰기 플랫폼 스타트업에서 아이들의 글을 모아 출판하는 일을 하며 또 다른 장면을 마주했다.
“아이들 글은 정말 솔직하고 재미있었어요. 그런데 정작 아이들은 글을 쓰는 걸 너무 어려워했어요. 잘 써야 한다는 부담이 너무 컸던 거죠.”
아이들의 글은 예상보다 훨씬 생생했고, 이야기의 밀도도 높았다. 문제는 실력이 아니라 지속성이었다. 독후감 작성에 부담을 느끼는 학생들과 교사들의 모습도 반복적으로 마주했다. 생성형 AI가 등장한 이후에도 이 고민은 이어졌다.
“AI가 글을 대신 써주면 편하긴 한데, 결과물을 보면 ‘이건 내 생각이 아닌데’라는 거부감이 들었어요.”
반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주제에 대해서는 훨씬 편하고 깊게 글을 쓰는 모습이 나타났다. 이 경험은 기록의 본질을 다시 보게 만들었다.
그래서 메모먼트는 ‘포스트’가 아니라 ‘메모’를 중심에 둔다. 잘 쓴 글이 아니라, 떠오른 생각을 부담 없이 남길 수 있는 단위다. 이 대표는 이를 ‘생각의 중간 저장’이라고 표현한다.
▲ 기록을 함께 다루는 방식, 보드 구조
메모먼트의 핵심 기능은 보드다. 책이나 주제별로 사람들을 초대해 함께 기록할 수 있다. 운영자는 참여자의 활동 흐름을 관리하고, 구성원들은 각자의 속도로 메모를 남긴다. 별도의 채팅 없이도 기록을 통해 소통이 이뤄진다.
독서 기록 방식 역시 다르다. 한 권의 책에 하나의 리뷰를 남기는 구조가 아니라, 읽는 과정에서 여러 개의 메모를 남기며 생각을 축적한다. 사진 한 장과 짧은 문장만으로도 기록이 가능하다.
“중요한 건 완성된 글이 아니라, 날것의 생각이에요.”
이런 구조는 출판사와 창작자들에게도 의미 있게 다가왔다. 마케팅 성격이 강한 기존 리뷰와 달리, 메모먼트에 쌓인 기록들은 독자의 실제 반응에 가깝기 때문이다.
▲ 웹에서 먼저 검증한 기록 플랫폼
메모먼트는 앱보다 웹을 먼저 선택했다. 빠른 확장보다, 기록이라는 행위가 실제로 지속 가능한지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앱을 먼저 만들면 기능부터 채우게 돼요. 사람들이 정말 이 구조로 기록을 계속할 수 있는지가 먼저 알고 싶었어요.”
2025년 2월 오픈 베타 이후 광고 없이 SNS를 중심으로 이용자가 유입됐고, 독서 모임 운영자들이 자연스럽게 구성원을 초대하며 사용자가 늘어났다.
현재 메모먼트 이용자는 약 1만 4000명으로, 주 이용층은 20~40대 여성이다. 최근에는 10대 여성 이용자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함께 기록하고 교환하는 활동에 익숙한 세대가 메모먼트의 구조에 자연스럽게 반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독서 모임 운영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보드 기능을 통해 주제별·책별 기록과 활동 이력을 한 번에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지역에서 성장하는 콘텐츠 스타트업, 공공 지원과의 연결
이 같은 성장 과정에는 지역 창업 지원의 역할도 크게 작용했다. 메모먼트는 경남도가 주최하고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가 주관해 추진한 '2025 G콘텐츠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지원사업"에 선정되며 본격적인 사업 고도와 단계에 들어섰다. 해당 사업의 운영사로는 (주)비티비벤처스가 참여해 멘토링과 컨설팅 등 전반적인 스케일업 과정을 지원했다. 이를 통해 메모먼트는 콘텐츠 기반 플랫폼으로서 서비스 구조와 사업 모델을 점검받고, 기술·사업 전략에 대한 고도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는 “지역에서도 충분히 기술 기반 콘텐츠 플랫폼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고 말한다.
▲ 기록은 개인의 자산이어야 한다는 원칙
메모먼트는 기록의 소유권을 플랫폼이 아닌 개인에게 둔다. 모든 기록은 비공개 설정이 가능하며, 데이터 보호와 신뢰를 서비스 설계의 중심 가치로 삼고 있다. 데이터는 학습 단계부터 라벨링해 관리한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신뢰가 무너지면 서비스 전체가 흔들린다는 판단에서다.
AI에 대한 태도도 분명하다. AI는 생각을 대신 만들어주는 존재가 아니라, 이미 쌓인 기록을 정리하고 확장하는 도구다. 메모를 모아 글이나 이미지, 영상 등 다양한 창작물로 확장하되, 관점과 판단은 사용자에게 남긴다는 원칙이다.
▲ 독서 기록을 넘어 문화 기록으로
메모먼트는 독서 기록에서 출발했지만, 궁극적으로는 문화예술 전반을 아우르는 기록 플랫폼을 목표로 한다. 이미 웹툰과 웹소설 기록 구조를 갖췄고, 향후 영화와 뮤지컬 등으로 데이터 연동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용자가 남긴 메모와 키워드, 기록 흐름을 기반으로 취향에 맞는 콘텐츠와 모임을 추천하는 큐레이션도 강화된다. 무작위 추천이 아닌, 기록을 통해 형성된 취향에 기반한 연결이다.
▲ 기록을 남기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록을 살리는 플랫폼
이 대표는 기록과 표현을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로 본다. 형태는 달라도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신을 남긴다. 메모먼트는 이 기록들이 흘러가지 않고, 다시 꺼내 쓰이며 개인의 생각과 정체성으로 축적되는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
“기록은 남기는 순간보다, 다시 다룰 수 있을 때 비로소 자산이 돼요.”
메모먼트는 기록을 남기게 만드는 서비스가 아니라, 기록을 다룰 수 있게 만드는 플랫폼이다.
메모먼트는 지금, 그 구조를 차분히 쌓아가고 있다.
출처 : 데일리한국(https://daily.hankooki.com)